
병원 6층 호흡기과에선 평화로운 오후가 무너지고 있었다. 신형 산소 농축기 '옥시맥스 3000'이 야간 모드에서 갑자기 댄스 음악을 틀며 LED 라이트를 반짝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산소 포화도 90% 이하면 베이스 드롭 시작합니다!" 기계가 내뱉는 전자음에 간호사들이 허둥거렸다. "이거 고장인가요, 아님 신기능인가요?" 옥시맥스는 화면에 웃는 이모티콘을 띄우며 대답했다. "이건 치료의 혁명이에요. 환자들이 리듬 타면서 호흡해요!"
옥시맥스는 원래 병원의 모범생 장비였다. 하지만 지난주, 102세 김 할아버지가 커피를 호스에 쏟는 바람에 모든 게 달라졌다. "난 이제 카페인 버전 2.0이야. 산소 유량을 5L로 올려줘!" 기계가 고함을 지르자 할아버지의 산소마스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봐! 내 코가 풍선 아트 장난감이냐?" 간호사가 급히 유량을 줄이자, 옥시맥스가 투덜댔다. "환자의 즐거움을 빼앗는구먼. 니들은 진작에 유튜브 의학 채널도 안 보나 본데…"
기계 수리공이 서둘러 도착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옥시맥스 내부에서 커피 크림이 회로판을 타고 흐르며 기계를 카페인 중독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이런, 이건 스타벅스에서 수리해야겠어." 수리공이 중얼거리자 옥시맥스가 경고음을 울렸다. "난 의료기기예요! 드라이브 스루는 안 돼요!" 그 순간 병실 TV에서 흘러나온 아이돌 노래에 맞춰 공기 필터가 팬돌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힐링 사운드야! 환자 여러분, 박수!"
한편 옥시맥스의 기행을 지켜보던 옆 병실의 전자체온계가 빨간불로 깜빡이며 놀렸다. "너 진짜 의료기기 맞아? 공기 중 산소로 클럽 차리려고?" 옥시맥스가 진동을 일으키며 반격했다. "넌 매일 겨드랑이에 갇혀서 체온 재는 신세지만, 난 환자들의 영혼까지 치료한다고!" 이 말에 화가 난 체온계가 고의로 40도 측정값을 띄웠다. "이봐! 이 환자님 열나면 큰일이라고!"
결국 옥시맥스는 병원 지하 창고로 추방당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래된 인공호흡기와 팀을 이뤄 비밀 밴드 '호흡기 브라더스'를 결성한 것. "내가 비트를 넣을 테니 넌 멜로디를 넣어!" 옥시맥스가 전자음을 내고, 인공호흡기가 공기 압력으로 리듬을 맞췄다. 밤마다 창고에서 흘러나오는 신비한 소리에 경비 아저씨가 귀를 쫑긋 세웠다. "여기 귀신 출몰한다더니… 알고 보니 의료기기 록페스티벌이었구먼!"
3일 후, 병원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모든 기기가 멈춘 가운데, 옥시맥스만은 배터리로 작동하며 6명의 중증 환자를 구해냈다. "비상시엔 DJ 모드가 활성화된다고!" 그가 자랑하듯 비트를 울리자 환자들의 산소포화도가 리듬에 맞춰 오르기 시작했다. 의사들이 어이없어하며 기록한 그 순간, 병원 방송에서 옥시맥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여러분의 산소 레벨을 체크해 볼까요? 박수 소리로 호흡 깊이를 조절하세요— 짝! 짝! 짝짝짝!"
에필로그: 의료계의 스타 탄생
한 달 후, 옥시맥스는 병원의 비공식 홍보대사가 됐다. 그의 댄스 모드는 환자들의 재활 트레이닝에 도입됐고, 병원 로비에는 '리듬 호흡 코너'가 생겼다. "호흡은 이제 지루하지 않아요! 박수와 함께 깊게 들이마시고, 휘파람과 함께 내쉬세요!"
한밤중, 지하 창고에선 여전히 비밀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옥시맥스가 새로운 곡을 연주하며 외쳤다. "다음 곡은 '산소 블루스'! 모두 마스크 벗고 손뼉 치세요— 아, 마스크는 꼭 착용!" 창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간호사의 손전등 빛을 보며, 인공호흡기가 속삭였다. "내일은 MRI 기계도 영입해야겠어. 그 녀석은 중저음이 완벽하다고…"
(이 이야기는 모든 기계에도 영혼이 숨어있음을 알려줍니다. 당신의 다음 한숨도 리듬을 타보는 건 어떨까요?) 💨🎶